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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란 무엇인가?

우문(愚問)이긴 하지만 선뜻 현답(賢答)을 내놓기 또한 쉽지 않은 질문이다. 단세포적으로 정의해서 '낚시란 물고기 잡는 것'이라고 말해 버릴 수도 있다. 그러나 단순히 물고기를 잡기 위한, 혹은 많이 잡기 위한 것이 낚시라면 낚시의 의미는 '수단'에만 한정돼 버린다. 물고기를 많이, 혹은 효과적으로 잡아내기 위한 것이라면 낚시보다는 그물질이 낫다. 따라서 낚시는 단순한 물고기 잡이를 위한 수단이라고 할 수 없다. 그 자체가 목적이기 때문이다. 물고기를 잡고 안 잡고를 떠나 낚시를 하는 행위 자체를 즐길 수 있음으로 인해 우리는 낚시를 레저, 더 나아가 스포츠라 부른다.

낚시의 역사를 논할 때 흔히 강태공의 일화가 소개된다. 지금은 낚시꾼의 대명사처럼 되어버린 강태공(姜太公)은 중국 주(周)나라 문왕(文王) 때 산둥성(山東省)에 살던 사람이다. 그는 웨이수이(渭水=위수) 물가에 앉아 당시 난세를 걱정하고 유유자적 호연지기를 길렀다고 한다. 이때 그가 한 낚시는 '곧은 낚시'라고 일컫는 데, 이 말은 곧게 펴진 바늘로 낚시를 했다는 의미다. 즉, 강태공은 당시 물고기를 낚기 위한 욕심은 전혀 없었고, 오로지 세상 돌아가는 것을 근심하고 그 해결책을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그는 문왕에게 등용이 되어 재상으로 정치에 큰 공헌을 하게 된다.

낚시의 고사를 논할 때 강태공의 일화가 빠지지 않는 이유는 그가 낚시를 잘해서가 아니었다. 강태공이 살았던 3,000년 전 당시만 해도 중국에서는 이미 상당히 과학적인 낚시방법이 성행했으며, 이때 이미 낚시가 삶의 수단이 아닌 취미생활의 일부였음이 여러 문헌을 통해 증명되고 있다.

실제로 이 때 중국에는 조차(釣車)라는 낚시도구가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조차(釣車)에 대한 구조나 모양새는 자세히 알 수 없으나 지금의 릴과 비슷한 기능을 하지 않았나 추측된다. 이것만 봐도 삶의 수단이 아닌 그 자체가 목적으로서의 낚시는 이미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역사가 오래되었음을 알 수 있다.

낚시가 운동이 될 수 있나?

최근 경제가 발달하고 생활수준이 크게 향상이 되면서 국민들은 가종 레저스포츠를 생활화하고 있다. 70, 80년대까지만 해도 꿈도 꿀 수 없던 각종 레저스포츠가 이제는 일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새벽 한강 둔치에서 조깅을 하는 사람, 수영을 즐기는 사람은 흔하다. 이 밖에도 헬스, 골프, 스쿼시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레저스포츠가 우리 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국민들의 높아진 건강에 대한 관심과 함께 이런 레저스포츠들도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낚시를 하기 위해 짐을 꾸려 나서는 낚시꾼들에게는 요즘도 이런 말을 하는 걸 볼 수 있다. "아니, 낚시하는 게 운동이 되나요? 낚시 좀 그만 다니고 운동이나 하세요." 이런 말이 아직도 나오는 이유는 '낚시란 그저 신선놀음'이라는 오래된 고정관념이 아직 우리 생활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는 바둑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우리나라에 3개의 금메달을 안긴 당당한 스포츠로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알고 보면 낚시도 상당히 칼로리를 소모하는 훌륭한 운동이다. 아니 오히려 하루 30분 이상 걷거나 골프를 치는 것보다 더 많은 칼로리를 소모하는 레저가 바로 낚시다. 어째서 그럴까? 지금부터 여기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해 보자.

골프보다 칼로리 소모가 더 많다.

낚시는 민물낚시, 바다낚시, 루어낚시 등 크게 세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이 중에서 가장 활동량이 적은 것이 바로 민물 붕어낚시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민물 붕어낚시를 기준으로 낚시의 운동량을 짚어 보자. 낚시의 과정은 대략 3단계로 나뉜다. 낚시준비와 출조, 그리고 마무리 단계가 있다.

첫째, 준비단계

낚시를 준비하는 단계에서는 먼저 출조지(낚시터)와 시간을 정하고 그에 맞는 채비를 조목조목 챙긴 후 식사준비와 교통편 등을 확인한다. 대부분의 낚시꾼들은 낚시를 하러 가기 전날만큼은 몸을 아낀다. 좋아하던 술도 줄이고, 충분한 휴식을 취한다. 마치 초등학생이 소풍 가기 전날처럼 마음은 들뜨지만 일찍 잠자리에 든다. 이 때 충만한 기대감과 희망으로 인해 신진대사가 활발해지고 아드레날린 분비가 촉진된다.

둘째, 출조단계

출조 하는 날 집을 나서는 낚시꾼의 모습은 마치 완전군장을 하고 행군을 떠나는 군인과 같다. 아니, 짐의 수나 크기 무게로만 따진다면 정상을 향해 산을 오르는 산악인의 그것보다 오히려 더할 것이다.

낚시터에 도착하면 원하는 포인트까지 걸어야 한다. 이 거리가 길 수도 가까울 수도 있지만 평균 1.2km 이상이다. 시간으로 따지자면 대략 20분 정도는 걸어야 한다. 등산의 경우 시간당 약 500칼로리가 소모된다고 한다. 낚시꾼 역시 무거운 짐을 매고, 그것도 즐거운 마음으로 걸으니 그 운동량은 등산에 버금간다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준비운동 단계다.

포인트에 도착하면 자리를 잡고 낚싯대를 편 후 미끼를 준비하고 낚시를 시작한다. 이 때부터 본격적인 운동이 시작된다. 먼저 손바닥과 손등에 분포한 수장근, 중앙근, 골간근 등이 동원되어 10개 이상의 지관절과 중수지관절을 움직여 바늘에 미끼를 단다. 이 동작은 떡밥낚시의 경우 하루 10시간을 한다고 볼 때 500~1,000회 이상 반복하게 된다. 이런 반복적인 손가락 운동은 수지관절염의 예방에도 좋지만 특히 치매에는 독서만큼의 효과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미끼 달기가 끝나면 낚싯대를 휘둘러 원하는 곳에 미끼를 떨어뜨려야 한다(투척). 모든 낚시가 그렇듯 민물붕어낚시 역시 원하는 지점에 정확히 채비를 떨어뜨리는 것이 중요하다. 이 동작은 힘과 균형감각이 잘 조화가 되어있어야 할 수 있는 것으로, 최소한 1년 이상의 숙달이 필요하다.

이 동작에는 우선 수장근과 전완부 굴곡근, 신진근을 사용해서 낚싯대를 들어올림과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나서 이두박근과 삼두박근에 균등한 힘을 주고 낚싯대를 머리 위까지 들어올려 투척을 한다. 그 후 미끼가 원하는 지점에 정확히 안착이 되었는지 확인하고, 잽싸게 낚싯대를 내려 미끼가 잘 가라앉는 것을 도와주어야 한다. 그런 후 낚싯대를 받침대에 올려 놓으면서 자리에 앉는다.

찌를 응시하며 입질을 기다리다가 예신이 오면 마치 단거리 육상선수가 스타트를 준비하는 것처럼 온몸을 긴장한다. 슬며시 낚싯대를 잡고 온몸의 근육과 관절에 힘을 주어 본신을 기다린다. 이어지는 찌올림에 적당한 챔질시기를 예측하고, 손목부터 힘을 주는 힘찬 챔질을 한다. 이윽고 걸린 붕어의 크기에 따라 힘을 빼고 제압하는 과정을 거쳐 비로소 한 마리의 붕어를 살림망에 담게 된다. 이런 떡밥낚시의 경우 일어났다 앉았다 하는 동작을 하루에 300~700번 정도 한다. 이 때 20cm 정도 붕어를 30여 마리 낚았다고 가정하면 앉았다 일어나기를 700여회 반복했다고 볼 수 있다. 이 경우 최소 500에서 최대 1,000칼로리를 소모한다. 물론 입질을 받지 못하는 날도 있지만 이럴 때도 최소 밑밥질은 해야 하므로 오히려 더 부지런히 앉았다 일어나기를 반복한다.

마지막 마무리 단계

낚시를 끝낸 후 철수길에 오르면서 마무리를 한다. 우선 자신이 낚시를 한 자리를 깨끗이 치우고 낚시 중 생긴 쓰레기를 모아 따로 챙겨 가므로 그 짐은 낚시터에 도착했을 때보다 오히려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집에 돌아와서 가져갔던 낚시장비와 채비를 정리하면 이것으로 한 번의 출조가 끝난다.

이 과정에 소모되는 열량은 모두 1,000~1,500칼로리로, 이는 시속 4km의 속도로 3~4시간 걷는 운동량과 맞먹는다. 골프 18홀을 도는 것보다 오히려 운동량이 더 많은 것이며, 볼링을 5시간 한 것과 비슷하다.

연령 제한이 없는 훌륭한 스포츠다.

앞서 세 종류의 낚시장르(민물낚시, 바다낚시, 루어낚시) 중 가장 운동량이 적은 것이 바로 이 민물낚시라고 했다. 따라서 훨씬 활동적이고 포인트 범위가 넓은 바다(갯바위)낚시나 루어낚시는 민물낚시의 두 배 이상 다섯 배까지 열량을 소모하므로 그 어떤 레저스포츠 종목에 버금가는 운동이 바로 낚시라 할 수 있다.

최근 동호인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루어낚시는 특히 10~20대 젊은층의 참여가 두드러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과거에 비해 체격을 커졌지만 체력은 떨어진다는 요즘 청소년들을 위한 훌륭한 '대안 운동프로그램'이 될 수 있음을 입증한다.

최근의 낚시는 레저 차원을 넘어 하나의 스포츠로서의 입지를 굳혀가는 추세다. 민물낚시의 경기낚시화는 이미 십 수년 전부터 있어왔고, 바다낚시 역시 각 경기낚시 단체를 통해 활성화 되고 있다. 특히 루어낚시는 본토라 할 수 있는 미국의 경우, 이미 국가차원에서 지원육성 하는 메이저급 대회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서울시낚시연합회는 이런 추세에 발맞춰 현재 25개 구 마다 지구별 연합회를 두고 있으며, 각 구별 연합회 대회와 서울시낚시연합회 전체 대회를 매월 개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학부모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낚시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개발해서 누구나 쉽게 낚시를 즐길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가고 있다. 실제로 2010년에 매달 개최한 '대상별 낚시강습회'는 회를 거듭할수록 어린이와 청소년들 및 학부모의 호응이 높아지고 있어 매년 그 규모와 내실을 키워나갈 계획이다.

이 같은 낚시의 대중화 프로그램은 최근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청소년 게임중독을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 뿐 아니라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만드는 데에도 일조를 할 것으로 확신한다.